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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zzolla and Dvořák,  
Classic ensemble and audio visualization media art, 2023

​클래식, 미디어 작품이 되자: 피아졸라와 드보르작, 아르캉시엘 x 이태헌, 광주실감콘텐츠큐브 MX STUDIO

Collaboration between "Arc-en-Ciel x Taeheon Lee" 2nd Perfor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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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project was produced with the support of the 'Gwangju City' and the 'Gwangju Culture Foundation' as part of their local cultural and artistic development support project.

This showcase was supported by the 2023 Realistic Content Production Studio Support Project 2023 of Gwangju Information & CONtent agency

1. J. Pachelbel - Canon in D Major | 파헬벨의 캐논 라장조

캐논은 초기에 공연을 여는 장치로써 사용된다고 해석하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캐논을 들을수록 이 곡이 장치로써 ‘아름다운 곡’이 아닌, 반복 속에서 슬픔과 기쁨이 표현되는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캐논의 첼로는 무한처럼 반복합니다. 가장 낮은 음에서의 단단한 반복은 어딘가 두려울 정도입니다. 저는 그것이 ‘희로애락이 반복되는 인생을 닮아서 그러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 무한한 첼로의 음이 다 카포(DA capo, 닫힌 도돌이표, 처음으로 돌아가는 음계 기호)로 표기되는 것이 아니라, 이전과 같거나 비슷하더라도 악보에 성실하게 찍혀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캐논을 통해: 오르고 내리며 돌아가는 인생의 회전목마 속에서 성실하게 존재하는 사람과 감정 그리고 사건들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2. A. Plazzolla: oblivion | 피아졸라의 오블리비언(망각)

망각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때는, 무언가 망각했다고 깨달았을 때이지 않을까요? 무언갈 잊어버려, 종국에는 내 안에서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 허망함과 무력감이 들곤 합니다. 그것에 대한 기억을 되찾으려 노력해 봐도, 그것은 망각하기 전, 그러니까 내가 기억할 때의 그것과 다른 것일 겁니다. 이 곡에 대한 비주얼 작업을 하며 내가 망각했던 것을 회상하고, 그것을 잊어버리고 잃어버리는 과정을 받아들이려 했습니다. 다시, 언젠가, 망각할 수 있는 무언갈 채워 놓기 위해.

 

3. A. Plazzolla: La Muerte Del Ange | 피아졸라의 천사의 죽음

천사는 죽음으로써 무엇을 남겼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천사를 믿는 자들에겐 절망과 죄책감이 들 것입니다. 그것이 이제 영원히 부재함으로써 우리는 그것을 더욱더 기억하려 노력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천사는 우리가 ’선‘하다고 표상한 존재니까요. 그런데 우리가 천사를 죽임으로써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로 인해 선 하다고 생각하는 어떠한 관념에서 해방될 수 있지 않을까 봐 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우리 각자의 위치에서 ’선‘해지려고 어떤 ’선‘을 지키는 그 경계를 탈피할 수 있지 않을까요? 천사가 죽음으로써, 어떤 이는 그 상실감에 ’선‘을 기억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어떤 이는 ’선‘을 넘을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 작업을 하며 내심 후자를 기대하며 작업을 하였습니다.

4. A. Piazzolla: Adios Nonino | 피아졸라의 아디오스 노니노

아디오스 노니노는 피아졸라가 계속된 좌절에 힘들어할 때, 아버지의 부고를 겪고 큰 상심과 함께 탄생한 곡으로 알려집니다. 저의 아버지는 제가 19세 때 돌아가셨습니다. 장례식 이후 줄곧 느꼈던 감정은 애통할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막연한 책임감, 위로받을 수 있는 존재의 부재, 내가 그 존재를 너무나 당연히 여겼다는 죄책감, 그리고 이제 내가 그러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 등이 복합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 곡의 비주얼은 위로가 되는 존재와 그의 부재, 그로 인해 느껴지는 상실감과 부채 의식, 그리고 위로에 대한 기억을 표현합니다.

 

5. A. Piazzolla: Invierno Porteno | 피아졸라의 겨울

이 곡은 깊은 처연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 처연함을 포근하고 묵묵하게 덮여주는 눈이 떠오릅니다. 피아졸라의 인생 위에, 우리의 인생 위에 소복소복하게 쌓여갑니다. 저는 이번 공연을 하며 피아졸라의 일대기에서 수많은 청년 예술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도전과 좌절의 반복, 끝없이 애쓰는 우리가 보였습니다. 피아졸라는 긴 겨울 끝에 ’누에보 탕고‘, 즉 새로운 탱고를 세상에 내놓습니다. 긴 겨울 그 자체를 받아들이며, 동시에 봄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이 곡의 비주얼을 작업했습니다.

 

6. A. Dvorak: piano quintet no.2 Op.81 | 드보르작의 피아노 퀸텟 2번

I. Allegro, ma non tanto & Ill. Scherzo - Furiant: Molto vivace

저는 이 곡을 통해 우리의 운명, 이상향, 클래식, 완결성, 독창성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이 곡은 피아졸라가 젊은 시절 그토록 갈망했던 정통파 클래식이기 때문이죠. 그는 자기 스승에게 자신의 탱고 경력을 고백할 정도로, 그의 독창성을 감추고 이상향에 집착하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스승은 그가 가진 삶의 역사를 절대로 잃지 말라고 조언해 줍니다. 결과적으로 피아졸라도 그만의 클래식을 이뤄냈습니다. 그런데 이건 드보르작도 마찬가지였었습니다. 그의 음악에는 그의 고국 체코 슬라브 민속적인 요소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 저 역시 저만의 이상향적인 예술가가 있습니다. 그/그녀의 작품은 이 피아노 퀸텟 곡처럼 완벽하게 느껴집니다. 그것에 대한 맹목적인 추앙보단, 이미 내 안에 있는 클래식을, 독창성을, 운명을 받아들이길 소망하며 작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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